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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학문 제20권 제4호/바울신학의 새 관점과 정지조건부법률행위: 신학과 법학의 만남-김병국 백석대학교 신학교수)

비밀/ 3. 관련된 성경구절들의 해석/ II. 본론: 신학과 법학의 만남/ 바울신학의 새 관점과 정지조건부법률행위:신학과 법학의 만남-김병국/ 신앙과 학문 제20권 제4호(201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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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3. 관련된 성경구절들의 해석/ 

II. 본론: 신학과 법학의 만남/ 

바울신학의 새 관점과 정지조건부법률행위:신학과 법학의 만남-김병국/ 

신앙과 학문 제20권 제4호(2015. 12)





'비밀'(mysterion)

첫째, 바울은 하나님이 창세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해 오셨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내신 구원의 섭리를 비밀이라고 한다["9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엡 1:9)", "9    1)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엡 3:9)]둘째, 이 구원의 섭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기 때문에 때로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비밀이라고 부른다["27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얼마나 풍성한지를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골 1:27), "2    이는 그들로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 안에서 연합하여 확실한 이해의 모든 풍성함과 하나님의 비밀인 그리스도를 깨닫게 하려 함이니"(골 2:2)]. 셋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경륜 즉 복음을 비밀이라고 부른다["3    또한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되 하나님이 1)전도할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사 그리스도의 비밀을 말하게 하시기를 구하라 내가 이 일 때문에 매임을 당하였노라  4    그리하면 내가 마땅히 할 말로써 이 비밀을 나타내리라(골 4:3~4), "1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곤전 4:1)]. 넷째, 예수님의 구원 역사를 통하여 나타나는 결과를 비밀이라고 부른다[곧 계시로 내게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은 내가 먼저 간단히 기록함과 같으니 4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 이는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됨이라(엡 3:3-4,6)].

그런데 위의 네 가지 용법들은 첫 번째의 것이 나머지 것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마음 속에 간직해 오셨던 구원의 섭리의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였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십자가 사건이며, 그렇게 해서 선포된 복음의 결과들 중 하나가 이방인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비밀로 간직해 오신 것이다.

바울은 아마도 다메섹 사건 이후에 이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엡 3:4). 비밀을 깨달았다는 표현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섭리라는 것은 구약성경에 정통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도 구약 성경에 정통한 학자였지만 하나님의 비밀을 깨닫지 못했다. 하나님의 비밀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접한 후 계시를 통한 깨달음이 주어져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주석가들은 바울 신학에 자주 등장하는 '비밀'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비밀과 그리스도를 통한 계시가 같은 것이라는 성경의 메시지를 반복하는 데 그치거나, 구원받은 백성에 이방인이 포함되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물론 이방인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일은 하나님의 비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비밀의 내용을 그것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방인들이 구원의 백성에 포함되는 경우가 구약 시대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나아만 장군이 엘리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왕하 5:1 이하), 다윗의 증조할머니도 모압 여인 룻이었다(룻 4:17)]. 이방인이 하나님의 백성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감춰져 있던 내용은 아니다. 비밀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자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비밀이라는 용어도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정지조건부법률행위'의 '정지조건'으로 보는 것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