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마지막/
3. 관련된 성경구절들의 해석/
II. 본론: 신학과 법학의 만남/
바울신학의 새 관점과 정지조건부법률행위:신학과 법학의 만남-김병국/
신앙과 학문 제20권 제4호(2015. 12)
'모든 날 마지막' 혹은 '세상 끝'
'2 이 모든 날 마지막[문자적으로는 '이 날들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히 1:2) 혹은 '26 그리하면 그가 세상을 창조한 때부터 자주 고난을 받았어야 할 것이로되 이제 자기를 단번에 제물로 드려 죄를 없이 하시려고 세상 끝에[문자적으로는 '시대들의 끝'(the end of ages) 혹은 '시대들의 완성'(the consummation of ages)이라는 뜻이다. 똑같은 조어법을 신약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consummation of age'(마태), 'ends of the age'(바울), 'end of the times'(베드로) 등의 유사한 용법은 찾을 수 있다. Bruce, 1990: 231.] 나타나셨느니라'(히 9:26).
우리는 보통 세례 요한에게서 구약 율법시대가 끝났으며, 예수님에서부터 신약 복음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예수님은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분이지 세상의 끝을 알리는 분은 아니다. 그런데 왜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이 나타나신 때를 '세상 끝'이라고 표현했을까? 히브리서 기자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적어도 이천 년의 세월이 더 흐를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 시대를 세상의 끝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성경의 궁극적 저자는 하나님이신데["16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1)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2)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3:16)] 하나님께서 그것을 모르셨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를 단순히 종말론적 시각에서 마지막 때라고 불렀다는 해석도 정확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신약에서 예수님의 초림의 때를 마지막 때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은 히브리서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때가 차매(plerwma tou chosmou) 하나님이 그 아들을"(갈 4:4) 여자에게서 나게 하셨다고 말씀한다. 때가 찼다는 것은 미리 의도하셨던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지 그 시점이 세상의 끝이라는 뜻은 아니다].
히브리서에서 예수님이 오신 때를 '모든 날 마지막' 혹은 '세상 끝'이라고 표현한 것은 십자가 사건을 그 이전 시대부터 진행되어 왔던 일단의 프로젝트들의 완성으로 해석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십자가는 믿는 자들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프로젝트 마지막 부분이라는 뜻이다[모팻은 '끝'으로 번역된 '쉰텔레이아'의 Hellenistic Greek에서의 통상적 의미가 '결론'(conclusion)이라고 하고 있는데("its ordinary Hellenistic sense of 'conclusion'") 이런 해석은 필자의 주장과 잘 들어맞는다. Moffatt, 1924, 1975: 133.].
"25 대제사장이 해마다 다른 것의 피로써 성소에 들어가는 것 같이 자주 자기를 드리려고 아니하실지니 26 그리하면 그가 세상을 창조한 때부터 자주 고난을 받았어야 할 것이로되 이제 자기를 단번에 제물로 드려 죄를 없이 하시려고 세상 끝에 나타나셨느니라"(히 9:25,26).
25절과 26절 상반절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유익을 얻게 될 자들이 누구인지를 암시해 주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단번에 죄를 없이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반복해서 세상에 오셔서 고난을 받으셔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 말이 암시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로 인해 구원을 얻게 될 자들 중에 구약시대의 성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상 끝에' 라고 번역된 부분도 우리의 이런 생각을 지지한다. '세상 끝에'로 번역된 헬라어는 '에피 쉰텔레이아 톤 아이오논(epi sunteleia twn aiwnwn)'인데 '아이오논'의 문자적 의미는 '시대들의' 이다. 이는 예수님 이전의 모든 역사를 통칭한다. 그리고 '쉰텔레이아'라는 단어의 문자적 의미는 '끝, 완성'(end, completion)이다[이 단어의 동사형은 syntelew의 뜻은 이루다(achieve), 완성시키다(complete), 끝내다(finish) 이다. 이것은 telos와 마찬가지로 종결의 의미와 더불어 완성의 의미를 갖는다. Delling, 1972: 63]. 이 어구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전 시대들을 통해 진행되었던 어떤 프로젝트의 완성이었음을 암시한다. 이것은 십자가가 '정지조건부법률행위'의 '정지조건'임을 주장하는 필자의 주장과 잘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