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정한 추구자는 그 어디에
/소명(The Call)- 오스 기니스(Os Guinness)
어떤 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인간적인 추구 이상의 것이 필요할 때, 그 때 소명은 추구자 자신이 추적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사랑 이야기
'에로스'(eros)의 길. 에로스는 추구를, 갈망하는 목표를 향한 인간의 '위대한 상승'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고대 세계에서, 특히 헬라인의 경우 에로스란 욕망의 대상-명예, 인정, 진리, 정의, 미, 사랑, 신이든 무엇이든-이 지닌 매력적인 특징이 야기하는 욕구, 동경, 욕망으로서의 사랑을 뜻했다. 따라서 추구하는 것은 사랑하기를 갈구하는 것이고, 욕망과 사랑을 한 대상에게 행하도록 하고 그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추구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인데, 사랑은 욕망이 되고, 욕망은 소유가 되며, 소유는 행복이 된다. 최대의 행복은 최대의 선(善)을 소유하는 데서 온다.
'아가페'(agape)의 길. 이는 추구에 담긴 비밀을 '위대한 하강'으로 본다. 사랑은 추구자를 찾아 나선다. 그 추구자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이 상대방의 가치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견해가 동양 및 헬라적 견해와 일치하는 점은, 욕망이 인간 존재의 핵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견해는 욕망 자체는 악한 것이 아니라 선한 것이라고(혹은 선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헬라적 견해와는 일치하지만 동양적 입장과는 상반된다. 욕망의 정당성 여부는 욕망이 주목하는 대상의 정당성에 달려 있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닮았다. 사람들의 차이점은 각자 추구하는 대상이 다르고 갈망하는 대상에 이르는 데 쓸 힘이 다르다는 데 있다.
아가페 길은 예수님이 소개하신 길이다. 이 길은 에로스의 길과 두 가지 면, 곧 추구의 목표 및 수단의 면에서 다르다. "물론 사랑도 좋고 욕망도 좋다.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과 당신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
에로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경우, 행복을 원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곳에서 행복을 발견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 인간이 욕망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피조물임을 입증한다. 우리 스스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를 완성시켜 주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원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는 하나님밖에 없다. 그분은 최고의 선이며 유일하게 영존하는 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에게 못 미치는 대상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불완전하다. 그러한 것들을 궁극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한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가페의 길은 참된 만족과 진정한 안식은 최고의 영존하는 선에게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에 못 미치는 추구는 불안만 줄 뿐이라고 말이다.
"당신은 당신을 위해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찾기 전에는 늘 불안할 뿐입니다."_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론」
둘째, 아가페의 길은 추구의 수단이 에로스의 길과 다르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하나님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하나님께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하나님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추구를 주도하지 않는 한,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우리를 그분께로 나아가게 해서 추구를 완성시키지 않는 한 우리의 추구는 항상 부족한 것이 될 뿐이다.
이 간격을 메우려면 하나님이 다리를 놓으셔야 한다. 우리가 최고선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면, 그 최고선이 아래로 내려와서 우리를 이끌어 줌으로써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실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추구하는 노력이나 발견하려는 몸부림은 전혀 자랑할 것이 못된다. 모든 것이 은혜다. 추구에 담긴 비밀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께로 올라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내려오시는 데 있다. 우리가 탐색을 시작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발견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절대적인 존재에게 발견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늘의 사냥개"(the hound of heaven)가 우리를 추적한 것이다. 우리가 집으로 갈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집으로 가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고, 그곳에서 줄곧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 아버지가 부르셨기 때문이며, 그분의 임재야말로 집을 진정한 집으로 만든다.
쥐가 고양이를 찾는다?
'추적당하고 있는 추구자'
"예기치 못한 기쁨"(Surprised by Joy)_C. S. Lewis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경험으로서 그 자체는 다른 여타의 만족보다 더 매혹적인 것이다"
"멀리 떨어진 조국을 향한 갈망...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꽃의 향기, 우리가 들어 보지 못한 곡조의 메아리, 우리가 한 번도 방문해 보지 못한 나라에서 온 소식."
'기쁨으로 놀란' 각각의 경우는 모순이 동시에 동경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포위하듯 다가온" 때
"나는 주 야웨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정말로, 어린 무신론자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자신의 신앙을 지키려 해도 안전할 수 없다."
화려한 인생에 매혹을 느끼지만 인간이 도움 없이 밀고 나가는 유한한 추구로는 불가능하다는 비극을 직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명의 진리가 위안과 약속을 준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명시적인 약속, 곧 추구하는 자는 얻을 것이라는("찾으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약속이 있을뿐더러, 추구자 자신이 오히려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그분의 직접적인 예가 있다. 사실상, 현인들의 추구가 계속되어 온이래 예수님은 모든 역사를 통틀어 추구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한 자석과 같은 분이다.
"안심하라. 그가 너를 부르신다."
■ 묵상 질문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당신이 지금까지 찾아 나선 그분을 당신 마음의 진정한 본향이자 단 하나의 소원으로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는가?
나사렛 예수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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