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사랴에서 로마로…
누가는 사도행전을 구성할 때, 파란만장한 항해와 난파를 다룬 사도행전 27장이 누가 봐도 그의 복음서에서 절정임이 명백한 예수 재판과 십자가상의 죽음 부분과 일종의 평행 관계를 이루게끔 구성했다. 그때는 “어둠의 권세”가 가장 독하게 발악하던 순간이었다.3 이제는 바울이 예수를 주로 선포하고자 로마에 당도하기 전에 어둠의 권세들이 그에게 퍼부을 수 있는 가장 악독한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순간이다. 따라서 그가 구조되어 로마에 도착한 일은 ‘구원’이라는 성격을 가지며, 이것이 사도행전 27장의 주된 주제다.
누가는 배에 탄 사람이 다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난파 사건이 드라마틱하지만 홍해를 건넌 사건—본질상 세례 자체를 표현하는 이미지이기도 했던 유월절 사건—을 비틀어 놓은 형태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체하며 지나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포에 질린 276명—상인, 사업가, 선주, 병사, 사도, 뱃사람, 노예, 죄수가 다 섞여 있었지만, 이들은 급작스런 비상 상황을 맞아 졸지에 동등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은 숨을 헐떡이다 물에 뛰어들어 해안으로 나아갔다. 이 사람 저 사람 구별이 없었다. 하나같이 물에 흠뻑 젖었고, 두려움에 떨었으며, 얼어붙었고, 탈진했다. 기거나 비틀거리며 뭍으로 올라가는 이 모든 이에겐 지위와 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리하여 바다가 안겨 준 시련이 끝났다. 모든 이가 살아남았다.
어둠의 권세들은 그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일을 저질렀다. 바울은 다시 한 번 죽은 자를 부활시키시는 하나님, 악의 세력들에게 승리를 거두시는 하나님, 출애굽의 하나님을 믿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스라엘의 소망’은 온 세상을 유업으로 받음이요(이스라엘 왕이 온 세상의 왕이 되심이요) 죽은 자의 부활을 의미했다. 바울은 이 둘을 예수 안에서 보았기 때문에 예수를 따름이 이 오래된 민족의 열망을 성취하는 길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보았다.
그는 복음을 ‘담대히’ 선포함으로 말미암아 일어날 수도 있는 결과보다 복음에 신실하지 못함을 훨씬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메시아로 모두 모여들었다고 본 이스라엘의 여러 전승에 충실했다. 결국 그는 메시아 바로 그분에게 성실했으며, 죽기까지 신실하셨던 바로 그분에게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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