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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뷰/2015. 12월호

조로증(Progeria)-최현일/메디컬칼럼 Cure & Care/월드뷰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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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증(Progeria)

-최현일/메디컬칼럼 Cure & Care/월드뷰 12월호



우리의 존재가 시작될 때부터 하나님이 우리 몸에 심어 놓으신 섭리의 여정을 따라가는 칼럼 열두 번째입니다.

칼럼의 제목은 "God Cures, We Care"에서 가져왔습니다.

성육신하신 주님도 우리와 똑같이 하나의 세포에서 배아와 태아를 거쳐 성인이 되셨습니다. 그 예수님이 설계하시고 운행하시는 우리 몸의 지도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숨겨진 섭리를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도움과 지도를 부탁합니다.




매우 드문 유전질환이다. 신생아 팔백만 명중 한 명꼴로 태어나는 희귀질환이다. 이렇게 태어나는 아이들의 평균 생존 수명은 13세 정도이다. 태어나서부터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 되어서 10대에 다다르면 보통 90~100세의 연령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상태가 된다. 정상성장의 약 8~10배에 해당하는 노화가 진행된다. 이들의 1년은 정상인의 7~8년 시간의 흐름과 같다. 현재 전 세계에 약 300여 명의 환자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태어나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러나 모유 분유 등을 잘 먹지 못하기 시작하여 2~3세가 되면 몸에 잔털 등도 없어지고, 얼굴이 작아지며, 코가 매부리코처럼 변하는 특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자라면서 피부의 주름이 늘어나고,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심장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여 시력을 잃기도 한다. 신장기능이 저하되고 근 골격계의 노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운동신경과 정신적 활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다.


레슬리 고든은 여의사이자 조로증 환아를 둔 엄마이다. 아들 샘(Sam Berns)이 젖먹이이던 1998년에 이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자신의 연구주제를 조로증으로 결정하고 결국 박사학위를 조로증으로 받게 된다. 레슬리는 어떻게 해서든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지식과 힘을 모아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유명한 크리스천 과학자이고 현재 미국 국립 보건원의 원장인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와 함께 이 병을 초래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질병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에 대한 많은 지식들이 축적되었다. 비정상을 알기 위한 노력이 정상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는 일들이 생겨났다. 남을 알고자 했는데, 나를 알게 된 것이다.


이 병의 원인은 LMNA라는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전자의 변이로 인하여 세포 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된다.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세포핵이다. 세포핵 막에 변형이 생겨서 질병이 발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출생시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점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마치 노인처럼 머리가 빠지고 체지방이 증가하면서 관절의 경직과 동맥경화를 경험하게 된다.


치료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아들 샘의 치료를 위한 레슬리의 집념은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환아들을 자신의 아이들과 같이 생각하게 되는 확장된 자녀의 개념을 갖게 되었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하여 첫 번째 임상시험을 시작하였으나, 너무나도 희귀한 질병이라 연구 참가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연구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25명의 환아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로나파닙이라는 항암제로 쓰이던 약제를 사용하여 연구되었다. 이 약제로는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나, 개발과정에서 노화과정에 관여하는 기전을 발견하여 이 약제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레슬리의 아들 샘도 이 연구에 참가하였다.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2010년에 종료된 연구는 현재 미국립보건원의 후원을 받아 후속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레슬리와 스콧(샘의 아버지이며 역시 소아과 의사이다)의 아들 샘은 1996년 10월 23일에 태어났다. 두 살 생일이 지나고 난 후 샘은 조로증의 진단을 받았다. 샘이 태어난 후 부모들은 Progeria Research Foundation이라는 연구단체를 설립하여 이 병과 싸움을 시작한다. 현재 이 단체는 미국립보건원과 더불어 조로증의 치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샘이 13세 되던 해, 샘의 이야기를 담은 "Life According to Sam"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미국 전역에 방송되면서 샘은 이 병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2013년도에 샘은 TED talks에 출연하여 "My Philosophy For A Happy Life"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살아야 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첫째는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흔쾌히 'OK' 라고 외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할 수 없는 일에 마음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이다. 둘째는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늘 함께 하라는 것이다. 가족, 친구, 멘토와 같이 우리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늘 미래를 향한 생각을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에 시간을 쓰지 말고, 늘 앞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2014년 1월에 샘은 만 1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샘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으며 대학에서 유전학이나 세포생물학을 전공할 계획이었다.


사춘기를 겪을 겨를도 없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삶의 황혼을 겪어야 했던 샘, 몸은 100세에 가깝지만, 생각은 청소년인 샘의 삶, 우리가 한 달을 살아갈 때, 일 년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시간의 흐름을 살아야 했던 샘, 지금도 샘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환아들이 이 땅에 살아가고 있다. 이럴 때 시간을 조작하는 꿈을 꾸었던 어린시절의 소원이 또다시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