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욥_ 나의 한계를 보았습니다

본문

14:1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2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시들며 그림자 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3 이와 같은 자를 주께서 눈여겨 보시나이까 나를 주 앞으로 이끌어서 재판하시나이까 4 누가 깨끗한 것을 더러운 것 가운데에서 낼 수 있으리이까 하나도 없나이다 5 그의 날을 정하셨고 그의 달 수도 주께 있으므로 그의 규례를 정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사온즉 6 그에게서 눈을 돌이켜 그가 품꾼 같이 그의 날을 마칠 때까지 그를 홀로 있게 하옵소서 7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8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9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 10 장정이라도 죽으면 소멸되나니 인생이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 있느냐 11 물이 바다에서 줄어들고 강물이 잦아서 마름 같이 12 사람이 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이 없어지기까지 눈을 뜨지 못하며 잠을 깨지 못하느니라 13 주는 나를 스올에 감추시며 주의 진노를 돌이키실 때까지 나를 숨기시고 나를 위하여 규례를 정하시고 나를 기억하옵소서 14 장정이라도 죽으면 어찌 다시 살리이까 나는 나의 모든 고난의 날 동안을 참으면서 풀려나기를 기다리겠나이다 15 주께서는 나를 부르시겠고 나는 대답하겠나이다 주께서는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기다리시겠나이다 16 그러하온데 이제 주께서 나의 걸음을 세시오니 나의 죄를 감찰하지 아니하시나이까 17 주는 내 허물을 주머니에 봉하시고 내 죄악을 싸매시나이다 18 무너지는 산은 반드시 흩어지고 바위는 그 자리에서 옮겨가고 19 물은 돌을 닳게 하고 넘치는 물은 땅의 티끌을 씻어버리나이다 이와 같이 주께서는 사람의 희망을 끊으시나이다 20 주께서 사람을 영원히 이기셔서 떠나게 하시며 그의 얼굴 빛을 변하게 하시고 쫓아보내시오니 21 그의 아들들이 존귀하게 되어도 그가 알지 못하며 그들이 비천하게 되어도 그가 깨닫지 못하나이다 22 다만 그의 살이 아프고 그의 영혼이 애곡할 뿐이니이다 (욥 14:1-22)

욥의 비명과 넋두리

 

흘린 눈물만큼 깊어지는 신앙

울음은 패배자 혹은 연약한 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다는 표입니다.
욥이 지르는 비명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선 경험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입니다.
우리의 한계를 벗어난 무엇과의 만남, 그것이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거부감을 주지 않는 이유는 그 표현이 우회적이기 때문입니다. 꼭 집어서 이야기해 주지는 않지만 인간의 한계와 함께 인간이 그 한계를 넘어선 어떤 존재라는 것을 모두에게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에 불과하지만 인간 이상이라는 것을 작품 속에서 누리는 것입니다. 음악이나 미술에서 또는 시에서 인간의 인간 된 신비한 경이를 느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 받아 만들어진 인간의 영광과 자랑은 늘 옳고 늘 밝고 늘 확실한 분명함보다 오히려 하나님이 더 깊이 고뇌하게 하시며 눌러 생각하게 하시며 신음하게 하시어 자신의 한계 밖으로 떠밀리는 위기와 고난과 참을 수 없어 지르는 비명 속에서 더욱 밝히 드러납니다. 그 속에서 녹음이 우거지듯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진다고 욥기가 증언하는 것입니다.

욥이 서 있는 자리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 있는 인간

욥의 비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경이로움은 ‘나는 나의 한계를 보았습니다’라는 고백에 있습니다. 한계를 넘어야 하는데 자신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채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앞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가져도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실은 다 채울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이 다만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의 행복과 평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영혼을 만족시키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적인 것들이 있으면 하나님과 만나는 일에 자꾸 방해를 받습니다.

도망갈 데가 없는 욥은 결국 이 고백 앞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하나님 외에 이 한계를 벗어난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시지 않으면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지금 욥이 하는 이야기는 인간이 한계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 한계 이상의 요구가 우리 영혼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것은 하나님만이 해결해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실 수 없다면 하나님이 아닙니다’ 하는 하나님에 대한 마지막 비명 같은 이 기도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신과의 관계성 속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욥기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적 정체성은 하나님과 분리되어서는 확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늘에서 만나는 하나님의 부요하심

그늘은 햇볕이 차단된 것이 아니라 무성함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이 그 한계 속에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우리에게 채우시는 경이를 보는 것이 부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하나님다우심을 만나는 경이와 고통입니다. 왜 고통입니까? 벅차니까 감당할 수 없어서 생기는 고통입니다. 하나님이 이 일을 포기하시지 않으시며 대강 하시거나 타협하지 않으신다고 욥기는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 부르심 앞에 서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관계성 속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분명한 것, 확인되는 것에 근거해서 기독교 신앙을 제한하고 있다면 어느 날 하나님이 그것을 깨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우리의 기대와 욕심보다 큽니다. 세상이 만들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목적하신 창조와 구원의 궁극적인 내용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자기 아들을 보내어 십자가에 못 박으셔서 이 문제를 푸실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존재와 인생인 줄 아는 복이 있기를 바랍니다.